'한끼 5500원' 여의도 직장인들 우르르…인기 폭발한 식당

입력 2022-09-27 09:45   수정 2022-09-27 09:54


고물가로 식비 부담이 커지며 고소득자가 모여있는 여의도 직장인들도 점심값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점심값을 아끼고자 저렴한 밥집이나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2일 오픈한 국회 박물관 구내식당은 '가성비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국회 종사자들 뿐 아니라 인근 회사 직장인들까지 모이면서 대기 줄이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샤넬 오픈런 못지않은 줄이 국회에"
26일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김 모 씨는 "7월쯤부터 본격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체감해 점심값 아끼기를 몸소 실현 중"이라면서 "근처 밥집보다 가격도 싸고 맛있고 회사와 거리도 멀지 않아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식권의 경우 국회 직원은 4200원, 외부인은 5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국회 박물관 구내식당 관계자는 "하루 평균 400~500명 정도 이용하는데, 그중 150~200명 이상이 외부인"이라며 "오픈한지 얼마 안 됐는데 다른 회사 직원분들도 방문하셔서 맛있고 싸다고 많이들 말씀해 주신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줄을 서 있던 국회 직원 최 모 씨는 "최근 이곳에 인기가 몰리자 기본 만석이라, 일반 직원들도 줄 서서 기다려야만 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1km 떨어진 회사에서 왔다는 직장인 박 씨는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싸고 맛있다는 평이 많아서 와봤다"면서 "회사에서 지원하는 업무활동비가 전에 비해 줄어서 점심값은 최대한 적게 지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 앞 인근 숲속 도서관 벤치에는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같은 금융회사에 다닌다는 50대 직장인 3명은 "요즘엔 이렇게 셋이서 자주 도시락을 싸 오거나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곤 한다"며 "차라리 줄이기 쉬운 점심값부터 아껴서 가족 외식비에 더 투자하자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증권사 직장인 A씨(34)도 "식비를 아끼기 위해 전엔 쳐다도 안 보던 구내식당을 가거나 점심을 아예 생략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관련 직장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최근 저렴한 식당을 찾는 글이 부쩍 늘었다. '○○ 구내식당 가격 괜찮던데, 외부인 출입 되나요?', '주변에 저렴한 여의도 식당 있으면 공유해요' 등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여의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 유행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할 조짐에 '무지출 챌린지'가 2030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SNS상으로 절약하는 일상을 공유하며 무지출을 위한 방향성을 추천하거나 서로를 독려하기도 한다.

30대 이 모 씨는 "밥값도 아낄 겸 점심시간을 활용해 자거나 쉰다"며 "어떨 때는 이때라도 돈 더 모을 궁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로 재테크 강의를 듣곤 한다"고 말했다. 40대 윤 모 씨도 "걸어서 회사에 가면 차비 0원, 점심엔 도시락을 싸와서 식비 0원, 커피는 마시지도 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하루 지출 0원이다. 저녁엔 모임을 줄이고 집에 가서 먹는다"고 최근 일상을 공유했다.

여의도 인근 직장인들끼리 '돈 벌고 안 쓰기' 모임을 만들었다는 20대 블로거 김 모 씨는 "오픈채팅방을 통해 점심을 안 먹고 같이 재테크 공부를 할 사람들을 모았다"면서 "보통은 편의점에서 해결하거나 먹지 않고 함께 공원에 앉아 각자의 짠테크 일상을 공유하곤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물가에 고소득자 직장인들도 타격을 받으면서 그간 소비 중심의 '플렉스'(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는 문화)에서 '짠테크'(짠돌이와 재테크를 합친 신조어)로 전환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만 해도 고소득 직장인들이 SNS에 자신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본인이 얼마나 가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며 서로 동참하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다"면서 "이런 흐름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적인 행동으로 판단된다. 향후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김세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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